봄날님,
안녕하세요. 저는 포항여성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달리입니다.2020년 2월에 봄날님의 책 <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을 활동가 스터디에서 읽었습니다.저에게 봄날님의 책은 밤을 새면서까지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한번 읽기 시작하니, 책을 내려 놓을 수 없었습니다.그때를 떠올리면 평소 욕을 잘 하지 않던 제가 가해자들을 향해 욕을 하고 있었습니다.마침 그 당시 썼던 글이 두서 없지만 그때 봄날님이 쓴 책을 읽고 적었던 소감이라 이 자리에서 들려 드리겠습니다.[이 책을 읽는 동안 욕이 소리 내어 흘러나왔다. 포항지역의 성매매 업소를 떠올렸고, 포항역 중앙시장, 서부시장, 도구 입구, 시외버스터미널 유흥업소들, 모텔, 여성들을 성적대상화하는 간판들....유흥주점이 밀집되어 있는 ‘서부시장’ 옆 주유소를 갈 때나, 퇴근길 그 옆을 지나 갈 때면 화려한 간판과 불빛이 있는 가게 앞에 서 있는 여성들이 있었다. 짧은 치마, 몸매가 드러나는 옷, 하이힐, 붉은 립스틱을 바른 여성들이 가게 앞에 몇몇 남자들과 나이 든 사람 아마도 ‘포주’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곤 긴장되는 마음으로 그 앞으로 지나쳐 온 적이 있다. 차 안에 타고 그 앞을 지나가는데도 몸이 움츠려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나와는 다른 세계 속 사람들로 구분 짓고 있으면서 내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만약 내가 저기에 서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내가 이 길을 지나가는 사람이어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부끄럽다.20대에 포항여성회 언니들과 함께 포항역 ‘중앙시장’ 성매매 업소를 경찰들과 같이 나갔을 때 긴장하면서 업소를 방문했던 기억이 났다. 인권 지원을 하기 위해 찾아간 곳이었는데, 워낙 처음 가보는 곳이라 너무 긴장한 탓에 머리가 하얘지는 경험을 했다. 그 당시 포항여성회 초대 회장이었던 김조숙자 언니가 여성회 회장을 그만 두고 탈성매매 여성을 지원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을 때였다. 지금은 새날 이라는 단체가 성매매 피해 여성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책을 읽으면서 봄날도 평범한 가정의 딸이었을거고, 누군가는 돈을 벌어야 되는 시기에 가정이 안전하지 않으니, 가장의 역할까지 해야 되는 성차별적인 구조 속에서 가정폭력피해자로, 성폭력피해자로, 성매매 피해자라는 위치에 놓이게 되고, 지금은 탈성매매를 통해 활동가로서의 삶을 선택하게 되는,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우리 사회가 “돈을 많이 벌수 있다”고 한다. “몸 하나로 돈을 벌수 있다”고 한다. “니 마음 먹기에 달려 있다”고, 사회적 자원이 없는 여성들의 취약한 점을 이용해 성매매를 하게 만드는 구조, 그 안에서 온갖 폭력에 노출되고 인권을 침해 당하는 구조, 성구매자들은 처벌받지 않는 구조, 그 구매자들의 진상까지도 그 여성들이 떠 안아야 되는 구조, 이 폭력적인 권력 구조 안에서 헤어나오기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안에서 처음에 포주가 여성들을 길들이기 위해 잘 해 준다. 호칭도 언니, 이모, 삼촌이라는 가족을 지칭하는 호칭을 쓰며, 나를 지켜주는 사람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가족을 떠나 온 사람들에게.성매매는 벼랑의 연속, 탈성매매가 벼랑 끝을 말해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이 책을 통해 봄날님은 성매매에 유입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잘 보여준다. 성매매집결지까지 가는 과정들을 낱낱이 보여준다.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금 느낀다. 내 가족 중에 누군가가 성매매 여성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편견 없이 대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며 나를 돌아봤다. 내가 갖고 있는 차별적인 시선을 점검해 보며 이 책을 읽었다. 그 누구도 감당하지 못할 것 같고, 여성들에게 가하는 폭력의 집합체가 성매매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성에 있어, 행위 자체가 여성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성을 구매하는 구매자들은 늘 뒷전이다. 성매매의 주어는 성매매 여성이 아니라 성을 구매할 수 있는 구매자들이고 성을 팔 수 있다는 업주들이 주어가 되어야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성매매의 본질은 여성들이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라는 것을 정확히 알아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매매는 곧 폭력이다. 폭력의 연결고리를 제대로 끊고 차별 없이 편견 없이 볼 수 있는 감수성을 가지기 위해 매일을 인지하면서 살아가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봄날과 같은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럴려면 우리는, 나는 어떤 준비를 해야 될까?여성들이 겪는 억압을 견뎌야 되는 것이 아니라, 말하고 소리치고 바꿔야 된다고 생각이 들었다.성매매여성이 피해자라는 인식과 구매자와 업주들이 가해자라는 사실을 말할 수 있는 나의 언어와 시나리오가 필요하다. 반성매매활동을 통해서!여기까지가 몇 년 전 책을 읽고 적은 것을 그대로 옮겨왔습니다.오늘 용기 있게 세상을 향해 봄날님의 목소리를 글로 세상에 알려 주셔서 고맙고 이렇게 북콘서트로 만날 수 있어 기쁩니다.#포항여성회#경북여성통합상담소#포항성폭력상담소#포#경북디지털성폭력특화상담소 #봄날#길하나건너면벼랑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