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희 포항여성회 회장
- 승인 2024.11.14 06:00
[편집자 주] 한국여성단체연합은 민선 8기 지역성평등정책의 현주소와 과제를 살 펴보는 기획 칼럼을 총 9차례 연재합니다. '여성가족부 폐지' 퇴행 흐름, '저출산 인구 위기 담론'이 강력하게 작동하는 현실 속에서 반환점을 돌고 있는 민선 8기 광역자치단체의 성평등 정책과 저출산정책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를 독자들과 공유합니다.
경상북도는 올 7월 저출생대응본부를 신설했고 저출생 대응과 여성정책을 총괄하는 경제부지사 직속 저출생여성정책실장을 두었다. 여성아동정책관으로 행정기구 개편한 지 불과 1년반 만에 다시 조직을 개편한 것이다. 이전 여성아동정책관은 저출생여성정책실장으로 명칭만 바뀌었고 위상은 이전과 같다. 저출생대응본부는 이전 여성아동정책관 업무뿐만아니라 저출생대응정책과를 신설하여 저출생정책을 전담하도록 했다. 이철우 경상북도지사는 올해 1월 “지방정부 중심으로 저출생 대책을 마련하는 정책구조로 전환하는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하였고 이후 5월에 “저출생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6개분야 100대과제를 발표하였으며 이후 행정기구 개편이 이루어진 것이다. 저출생 정책의 추진전략은 ‘아이가진 부모가 행복한 경북’을 만들기 위해 국가, 지자체, 민간과 기업이 협업할 것이며 매년 기본계획 및 실행계획을 보강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철우 도지사는 지난 민선7기 취임을 앞두고 ‘결혼하지 않으면 죄를 짓는다’며 결혼제도 밖의 사람들을 “죄지은 사람” 취급하는 발언으로 논란이 되었다. 그 당시에도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경북'을 만들겠다고 선언하였다. 그 후 6년이 지났지만 경북의 상황은 어떠한가. 출생율은 전국 평균보다 조금 높은 편이나 인구증가율이 –0.75%로 해마다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는데 전국 평균보다 감소폭이 크다. 경북은 다른 지방과 마찬가지로 이미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였고 60세 이상 노인 인구는 증가하는 반면 0세~59세 인구는 해마다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는데 이러한 젊은층의 인구감소와 저출생 현상을 위기로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도지사의 이러한 가족가치관은 현재 저출생정책과 맞닿아 있다.
저출생 정책 6개 분야 사업 중 출산·돌봄 관련 사업으로 거점형 공공상후조리원을 10개로 확대하고 ‘돌봄마을운영’사업과 ‘온종일 자녀안심차량운행’ 사업, 육아휴직제도 활성화를 위해 중소기업 지원사업들은 앞으로 시행과정과 성과를 평가해봐야겠지만 시민들의 체감도가 높은 사업이다. 또한, 청년 주거지원 ‘빈집활용어촌프로젝트’사업, ‘하천부지 활용 택지공급’, ‘청년 정주 공동주택 보급’ 사업은 청년들의 유입이나 정주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데 기대해볼 만하다. 하지만 빈집이 많고 유동인구가 없는 지역에서 창업은 물론이고 수익창출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며 여성이 거주하기에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도 있다. 그동안 지자체마다 청년여성농어업인 육성 및 정착 사업을 해왔으나 영농기반 마련이 어렵고, 농촌의 가부장적 문화 및 보육·생활여건의 부재 등으로 청년 남성에 비해 농촌 취·창업 및 정착비율이 낮은 문제가 있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경북의 청년 주거지원 사업은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거나 개선하기 위한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
만남주선사업은 물론 대부분 사업이 결혼과 출산에 집중되어 있고 특히 양성평등사업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만남주선 사업은 경상북도가 결혼정보회사가 되겠다는 시나리오이다.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미혼남녀 주선사업은 많은 지자체에서 진행 중이다. 그리고 경북의 저출생정책 홍보 이미지에서 보여주듯이 여전히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정책 내용에서는 다양한 가족을 인정하고 지원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지 않다. 양성평등사업은 우리사회의 양성평등문화 정착 및 의식 확산을 위한 다양한 방식의 평등문화 확산 활동을 전개하는 사업으로 구성되어야하나 경북은 ‘아빠육아프로그램’, ‘함께돌봄아빠교실’ 등 ‘다자녀 공무원 인사우대’와 같은 사업들로 구성되어 있다.
저출생 현상은 ’전쟁‘을 선포할 정도로 위기이고 재앙인가? 인구감소 현상 또한 지역의 문제로 국한해서 볼 것인가? 지방의 인구감소는 지방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한민국 대부분의 지방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며 교육과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과 서울로 이주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즉 지역의 인구감소는 자연적인 감소보다 사회적 요인으로 인한 감소인 것이다. 그럼으로 출산중심의 정책과 사업보다는 저출생 및 인구감소 대응 정책을 성별화된 요건들을 분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이 우선되어야 한다.
경북은 여성의 임금이 남성과 비교했을 때 61.7% 수준으로 전국 수준보다 낮으며 상용근로자 비율도 전국보다 낮다. 경북여성정책개발원에서 조사한 ‘2021년 일가정 양립실태조사’에서 ‘출산 직후, 출산휴가 중 또는 출산휴가 종료 후 퇴직한다는 비율이 전국 평균보다 높게 나타나는 문제는 출산과 육아로 인해 여성들이 경력단절을 겪는다. 그리고 육아 휴직 제도를 잘 활용할 수 없는 이유가 사용할 수 없는 직장 분위기나 문화라고 한 점 등을 보았을 때 경북의 노동환경이 결혼과 출산에 불리한 성차별적인 직장 문화가 만연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경북은 성평등지수 발표 이래 매년 전국 최하위 수준인데 의사결정분야와 여성의 경제적지위가 낮은 것이 주요인이다. 그럼에도 경북은 여성의 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는 체계의 규모가 약하고 예산과 정책, 조례도 미흡한 수준이다. 2024년 ‘경력단절여성등의 경제활동촉진 기본계획 및 경상북도 시행계획’ 예산은 전년 대비 대폭 증액되었지만 대부분 돌봄지원 체계강화 분야의 예산이다. 5개 영역 중 ‘다변화되는 일 방식・영역 대응’과 ‘경력단절여성 정책 추진 계 정비’ 부분은 예산이 전혀 계획되지 않았고 이 외의 ‘재직여성 경력단절 예방 내실화’ 분야의 예산은 삭감되었다. 성차별적인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보이지 않으며 경력단절을 예방하고 사회적 인식제고를 위한 사업보다 아이돌봄서비스지원 강화 부분에 집중되어 있다. 현금성 지급 이 많은 돌봄 정책은 여성의 노동자성보다는 아이양육에 초점을 두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은 제3차양성평등정책 2024년 시행계획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경상북도 돌봄 관련 예산은 대폭 증가한데 반해 ‘성별임금격차 해소’, ‘교육환경 성차별 개선’, ‘초중등 양성평등교육 체계 개선’, ‘청년층 내 인식격차 해소’를 위한 사업은 계획에 빠져있다.
여성의 노동력 참여가 확대되어 노동시장의 성별 불평등을 개선하고, 돌봄 서비스를 확대해서 일과 생활의 균형을 지원하는 정책을 늘려감에 따라 양육 부담이 줄이기 위하여 국가와 지자체의 노력이 필요하다. 여성의 경제적지위 향상과 성평등이 전제되지 않으면 저출생현상은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